65년前 '3·15 부정선거' 내세워… 선관위를 성역으로 만든 헌재

2025. 3. 2. 16:25The Citing Articles

65년前 '3·15 부정선거' 내세워… 선관위를 성역으로 만든 헌재

[선관위 채용 비리 파문] 헌재 "감사원은 행정기관만 감사"

김희래 기자

김나영 기자

이민준 기자

입력 2025.02.28. 00:55업데이트 2025.02.28. 08:06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 사건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와 선관위가 사실상 외부 기관의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들의 친·인척 특혜 채용, 부실 선거 관리 등 문제가 제기돼 선관위 견제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헌재가 되레 선관위를 성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3·15 부정선거 언급한 헌재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 기관이므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1960년 3·15 부정선거로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위기를 경험한 우리 국민은 헌법적 결단으로 선관위를 설치했다”며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구이므로 선관위를 감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2023년 5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관계자들의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장련성 기자

 

감사원법에서 정한 감사원의 ‘감사 제외’ 대상은 ‘국회·법원·헌재’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선관위도 직무 감찰 대상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상위법인) 헌법 제97조에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을 행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감사 제외 대상 관련 감사원법 규정은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감사원법에 기관명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았을 뿐, 선관위도 헌재와 같은 헌법 기관이어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입법 취지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감사원법의) 감사 제외 대상을 입법할 때 회의록을 보면 ‘왜 선관위는 빠졌느냐’는 질문이 있었고, ‘선관위는 행정기관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빠졌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법에 ‘선관위’라는 단어 하나 추가하는 게 어렵지 않은데도, 이 때문에 30년 동안 해당 조항이 유지돼 온 것”이라고 했다. 1995년 감사원법이 일부 개정될 때 이런 이유로 선관위가 감사 제외 대상에 추가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채용 비리 감사가 권한 침해?

이번 심판에선 선관위의 업무 중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한 선거 관련 업무가 아닌 일반 행정 업무 등에 대해서는 감사가 가능하지 않으냐는 것이 쟁점이 됐다. 하지만 헌재는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 감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채용·인력 관리 등 행정 사무에 대한 감찰 역시 선관위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선관위 고유 업무인 선거 관리 업무가 아닌 부분에 대한 감찰은 선관위에 대한 권한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인사 문제는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 업무”라며 “이런 식이라면 선관위에 대해 제기되는 어떠한 의혹도 전혀 들여다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선관위는 누가 견제·감시하나

헌재는 이날 “(감사원 감찰이 아니더라도) 국회의 국정조사나 수사기관을 통해 선관위에 대한 외부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외부 인사 6인과 내부 인사 1인으로 구성된 ‘선관위 감사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운영되고 있다”고도 했다.

 

장용근 교수는 “수사기관은 선관위 관련 혐의를 확실하게 소명하지 못하면 압수 수색 영장 등을 발부받기 어렵고,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 선관위의 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체 감찰 기구가 정상 작동됐다면 특혜 채용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헌재의 이날 선고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감사원은 이날 선관위의 ‘경력직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 기일은 재판관 평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일부러 일정을 맞췄다는 말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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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래 기자  

김나영 기자  

사회부 법조팀에서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민준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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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찬성순반대순관심순

과학기술이나라살린다

 

2025.02.28 06:38:26

국민이 국정에 대하여 의혹 제기하면, 감사를 하든 수사를 하든 이를 투명하게 밝히고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공무원들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 지금까지 부정선거혐의 수사에 대하여 선관위도 거부했고, 지방법원 대법원도 거부했고, 또 헌법재판소도 거부했다. 유일한 합법 방법인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민주당이 훼방 놓았다....... 이제, 이 땅에서 부정선거를 깨끗이 청소하고 들어내려는 국민들의 앞을 막아선 헌재를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 결국 헌재를 '가루'로 만드는 방법 외엔 없단 말인가?

답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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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2025.02.28 06:36:52

부정선거에 관련된 조직은 전부 성역이구만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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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머리

 

2025.02.28 06:05:36

현재,선관위 모두 싸그리 해고하고 다시 뽑아라.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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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채용 비리' 선관위에 "21세기 음서제 집단…어느 조직보다 썩어"

 

선관위에 '감사 면제권' 준 헌재도 비판
"너무 가벼운 결정"

권순완 기자

입력 2025.02.28. 10:44업데이트 2025.02.28. 11:2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은 28일 채용 비리 실태가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관위에게 사실상 ‘감사 면제권’을 준 헌법재판소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21세기 근대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음서제 집단이 바로 선관위”라며 “고위직 나눠먹기, 장기 무단 결근, 급여 과다 수령, 병가 셀프 결재, 근무 중 로스쿨 진학과 졸업까지, 엽기적 부정과 비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한민국 그 어느 조직보다 썩은 상태”라고 했다.

 

앞서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가 2013~2022년 실시한 167차례의 경력 경쟁채용에서 총 662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됐다.

권 원내대표는 “그런데도 선관위는 친인척 채용 논란이 생기자 서류 파기를 지시하는 등 범죄 행위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 이쯤되면 선거를 벌리는 조직인지, 범죄 마피아 패밀리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어제(27일) 헌법재판소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며 “마피아 선관위는 서민과 청년들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채용비리를 상습적으로 저지르고도 앞으로도 제멋대로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백지수표를 받았다고 착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헌재가) 선관위에게 성역의 자격을 부여한 것”이라며 “이제 비리와 부패를 저지르는 선관위 카르텔을 발본색원할 방법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도 ‘친인척관리위원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혁신적인 개혁안을 스스로 만들어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봐도 헌재에는 헌법 전문가가 없는 것 같다.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결정”이라며 “‘가족회사’라면서 친인척을 대거 임용한 조직, 나랏돈을 턱도 없는 곳에 쓴 기관인 선관위를 감사원조차 들여다볼 수 없다면, 저 만연한 비리를 누가 잡아낼 수 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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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완 기자  정치부

정치부에서 정당과 국회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