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

2024. 8. 10. 02:41Korean Arts

 

이홍섭 시인의 인생책

이홍섭 시인이 추천한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

 

강릉출신 이홍섭 시인의 마음 속 책꽂이 첫 칸에는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다산책방 刊)’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이 책을 첫 손에 꼽은 것은 자신과의 인연 때문. 젊은 시절 백석(본명:백기행·1912~1996) 시인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이 시인은 그런 이유 때문에 학부 졸업 논문의 주제를 백석의 시 연구로 잡았다고 한다. 그는 “월북작가인 백석에 대한 해금 조치가 이뤄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여서 심사를 받을 때 (교수님들의) 질문이 없었다”며 “문단에는 나처럼 백석의 영향을 받은 시인들이 숲을 이룰 만큼 많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그 중에서 안도현 시인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며 “안도현은 백석의 시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시를 쓰기도 하고, 이것으로 시집 제목을 삼기도 했다. 물론, 안도현과 나는 영향받은 부분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백석 시에 대한 흠모의 정도는 큰 차이가 없을 듯 싶다”고 책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안도현의 ‘백석 평전’은 백석에 대한 순정한 흠모가 빚어낸 ‘뜨거운 책’”이라며 “현재까지의 기록들과 연구들을 포괄하면서도 연정에 가까운 시감상이 잘 녹아 있다. 안도현 시인은 이 책을 통해 한 선대 시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면 이 정도쯤은 해야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책의 저자인 안도현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그동안 백석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그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백석의 생애를 복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함께한 시집 : 사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워진다는 백석. 

『사슴』

 33편의 시가 실려있는 시집 『사슴』은 1936년 1월 20일 시인이 직접 발행 하였고, 표지, 종이, 활자, 편집 등에서 시인의 세련된 감각과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백석은 대단한 결벽가로서 예민한 촉각과 타고난 감수성을 단정한 용모와 행실을 통해 드러냈다. 100부 한정판으로 발행된 『사슴』은 발간 되자마자 삽시간에 퍼졌고 시집을 구하지 못한 윤동주는 33편의 시를 모두 필사하여 항시 양복주머니에 품고 다녔다고 한다.

왜 그의 시가 그토록 사랑을 받는가..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그는 평북 방언을 그대로 살려 시를 썼는데, 옆에 사전을 두고 읽어야 할 정도로 생소한 것이 많다.  유년 시절의 체험, 산골 마을의 풍경과 정취, 고향의 음식, 도란도란 모여 명절 쇠던 기억이 삶에서 느끼는 순간 순간의 정서와 절묘하게 포개어진다. 이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진다.

향토적인 묘사에  백석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언어로 모던한 정서를 만들어 낸 것이 지금에 와 읽어도 전혀 이질감 없이 읽히는 이유이다. 시인은 점점 과거 속으로 멀어지지만 시는 계속 현재에 머물러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살아 생전 정식으로 발간된 시집은 『사슴』 한 권이고, 다른 시들은 각종 문예지나 언론사에 발표한 것이다.. 그의 시를 읽고 있자면 고향의 맛과 향과 정취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외롭고 쓸쓸하고 높고 호젓한 것, 사랑과 슬픔으로 측면을 채운다.

 

안도현 시인은   두 번째 시집의 제목을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라 이름 지었다.

백석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는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백석 평전>

백석의 전 생애를 시간순으로 나열하였다. 총명한 고교 시절. 평양과 한양, 통영, 진주를 오가던 모던보이의 삶. 일제의 강압으로부터 피신해 온 만주에서의 궁핍한 생활. 한국 전쟁을 겪고 고향에 남게 된 백석. 그가 사랑한 시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도현 시인의 깊은 통찰로 재구성 하였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백석은 집필을 아예 하지 못한 채 1996년 1월 여든다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삶에 대하여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남한에서 주목받던 시인이 왜 북에 머물러 사달이 났냐 이제와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향 찾아 간 것이야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나 해방 후 북한에서 시인으로서의 삶은 분명 불행 했다. 자유롭지 못했다.  더 이상 그를 만나지 못함이  그러하고 읽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윤동주 시인이  양복 주머니에  품고 다녔다던  백석 시인의  시인데...

 

 

 

한국문학사에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되는 시집 『사슴』은 1936년 1월 20일 드디어 세상에 선을 보였다. 경성의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 한정판으로 출간이 된 것이다. 표지는 별다른 그림이나 도안을 넣지 않은 고급스런 조선한지였고, 속표지에 '백석 시집 사슴'이라는 여섯 글자만 세로로 정갈하게 가운데에다 배치했다. 구질구질한 것을 싫어하는 세련된 백석의 성격이 여기서도 반영되었다. 시집의 정가는 2원이었다. 1년 전에 나온 정지용의 『정지용시집』이 1원 20전이었고, 1년 후에 나온 오장환의 시집 『성벽城壁』이 1워느 3년 후에 나온 신석정의 시집 『촛불』이 1원 20전이었다. 당시에 쌀 한 가마에 13원, 양복 한 벌에 30~40원쯤 하던 시대였으니 백석이 이 시집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석 평전』 中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백석 1938년에 발표한 시. 현실을 초월한 이상, 사랑에 대한 의지, 그리고 소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국정취를 담은 시로 토속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도피적인 유랑 의식과 모더니즘 시풍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후기 시에 속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해석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이루기 힘든 가난[2]한 처지 때문에 쓸쓸하게 소주[3]를 마시며 그리움과 고독을 달래는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눈'은 나타샤에 대한 그리움을 심화하는 소재로 볼 수 있고, 암울하고 가혹한 현실의 시련으로도 볼 수 있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나타샤는 '나'에게, 더러운 세상을 버리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결국 화자 내면의 목소리로, 세상을 떠나 산골로 가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나'의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랑과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마침내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눈'과 '흰 당나귀'의 순백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사랑의 실현과 순수한 세계로 표상되는 '산골'에 대한 열망을 부각한다.

여담

  • 2017학년도 수능특강에 실렸고, 2017학년도 고3 10월 모의고사에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 백석의 여성관계를 표현하듯이 상당히 다양한 여성들이 자기가 저 시의 주인공인 '나타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백석이 러시아 문학을 동경해 러시아 문학 번역에서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실존 인물이 아닌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등장인물인 나타샤 로스토바를 모델로 했다는 해석에는 이견이 없으며 다수는 '나타샤'가 일반적인 러시아의 여성들을 일컫는 이름이므로 특정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눈과 결합해 순수한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다. 이 시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 모두의 마음속에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는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서정시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
  •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은 ‘눈’, ‘나타샤’, ‘흰 당나귀’ 등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조화를 통해 환기되고 있는데, 그러한 이미지들은 다분히 이국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으며 현실과의 거리감과 단절감을 느끼는 화자가 끝내 산골을 이상향으로 그리며 그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고독하고 우수 어린 정조가 짙게 배어 나오고 있다.
  • 인디 밴드 전기뱀장어의 '거친 참치들'이라는 곡에서 'whitestone said 우리만의 나귀타고'라는 가사를 통해 언급되기도 했다.
  • 티빙 시리즈 욘더 4회차에서 과거에 캠핑을 온 주인공 김재현이 아내 차이후에게 암 유전자 가족력 얘기를 듣고난 이후로 외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