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30m 망망대해에 들어서는 울릉공항...제주와 관광 대결 본격화

2024. 9. 4. 00:48Wonderful World

[르포] 수심 30m 망망대해에 들어서는 울릉공항...제주와 관광 대결 본격화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여긴 올 데가 못돼. 괜히 따라왔어."

지난 9일 오전 10시쯤 포항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쾌속선 '썬라이즈호에서 만난 할머니는 바닥이 주저앉아 연신 한숨을 쉬었다. 거친 파도를 넘는 배의 흔들림을 한 시간 넘게 견디다 지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독한 배멀미를 3시간 더 겪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 안 사방에서 헛구역질 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수십명은 좌석에서 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드러누워야 했다.

하지만 오는 2025년이면 울릉도는 '배멀미의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울릉도에 국내 최대 매입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라서다.

울릉자생식물원에서 바라본 울릉공항 건설현장 전경 [사진=국토교통부]

 


 1.6톤 규모 국내 최대 케이슨 도입…2016년 유찰 거쳐 시공방식 변경 후 착공

 

2025년 준공될 울릉공항 건설현장을 확인하러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첫차가 다니기 전인 새벽 5시40분에 서울역까지 택시를 탄 뒤 KTX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포항역에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 울릉도까지 4시간 더 배를 타야 했다. 배를 타는 시간이 KTX보다 더 오래 걸린다니 울릉도가 얼마나 먼지 실감이 났다. 반면 공항이 개항하는 2026년 초부터는 김포공항에서 울릉공항까지 한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공항이 생기기 전에는 울릉도에 다시 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부터 긴 이동시간을 거쳐 오후 3시쯤 도착한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는 기초 지반공사가 한창이었다. 울릉공항 건설의 핵심은 케이슨(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상 구조물) 설치인데, 케이슨을 세울 바다 밑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현장에는 18m 높이의 케이슨 한 개가 설치돼 있었고 바로 옆에는 사석을 바다 밑에 깔기 위한 바지선 두 척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건설에 사용되는 케이슨은 1만6000톤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공항 기준 평균 수심 23m(최대 31m) 성토 높이 평균 46m(최고 54m)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해양매립공사다. 인천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의 평균 수심이 각각 1m, 20m인 데 비해 공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울릉공항은 사동항 방파제를 활용해 사업비를 줄일 수 있었다. 울릉도 안에서도 부지가 큰 사동항의 방파제가 공항의 한 면을 담당하고 반대편에 케이슨을 세운다. 안쪽의 물을 빼고 매립해 공항 부지를 만들게 된다. 앞서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일부 유실된 방파제를 복원한 데 이어 2020년 11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완료했지만 이후 난항을 겪으며 착공이 늦어졌다. 2016년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턴키로 입찰을 냈지만 사업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올 거라는 업계 우려로 두 차례 유찰됐다. 이후 정부는 제안설계로 사업방식을 변경하고 2018년 재입찰을 실시했다. 포스코와 대림이 경쟁을 벌인 끝에 케이슨을 기존 계획보다 18개 늘려 30개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한 대림이 낙찰돼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울릉도 사동항에 위치한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 바지선이 케이슨 설치를 위한 바닥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매립을 위해 절취하기로 한 가두봉 토양이 강도가 높다고 봤지만 업계 자체 조사를 통해 예상보다 연약하다고 판단돼 유찰을 겪었다"며 "이후 민간의 창의적인 설계 제안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입찰방식을 바꿔 높은 기술력의 시공방식을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지 조성 위해 사라지는 가두봉, 터미널로 형상 복원…기상 영향에 건설기간 좌우

울릉공항 건설을 위해 공항 부지 바로 옆에 있는 가두봉을 완전히 절취해 915만㎥의 토사를 확보한다. 긴 머리 여인이 누워 있는 모습의 가두봉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대신 한국공항공사는 사라진 가두봉을 형상화한 전망대를 여객터미널에 설치하기로 했다. 섬의 다양한 자연과 울릉도 사람들의 삶을 풍경으로 그려낸 '울릉 풍경공항' 개념을 도입, 일률적인 터미널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가두봉 절취는 9월부터 시작한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낸 뒤 발파방식으로 토사를 확보하고 자연 복원을 위해 추가로 식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두봉 절취 계획도 [자료=국토교통부]

 


울릉공항 건설은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외부 자제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파도가 안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의 핵심인 케이슨 1개를 포항에서 건설현장까지 옮길 때에도 5일 연속 날씨가 좋아야 한다. 첫 날 케이슨을 진수해 시속 4km로 3일 간 이동한 뒤 5일째 정해진 위치에 거치한다. 바다 깊이에 따라 크기가 다른 케이슨 가운데 최고 높이는 27.5m로 아파트 12층 규모에 달한다.

울릉공항은 개항 후 2035년 여객 94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이용객 111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소형공항으로서 50인승인 ATR-42, Q300을 설계 항공기로 검토했다. 하이에어가 현재 김포~제주, 김포~울산, 김포~사천 등의 노선에서 3대를 운영하고 있다.

공항 부지는 활주로 기준 23m로 설계해 200년 빈도 이상의 파랑에도 안전하도록 설계했다. 사업비 총 7092억원으로, 공항공사가 1595억원을 부담한다. 2025년 말 완공 후 시범운영을 거쳐 2026년 초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슨 모형도 및 규격 [자료=국토교통부]

 

울릉공항 평면도 [자료=국토교통부]

 


unsaid@newspim.com
뉴스핌(Newspim)

 

'서울~울릉도 1시간' 울릉공항 건설 한창…2026년 개항

https://www.youtube.com/watch?v=f2LKk5Uk4Zw 

 

1.38M subscribers
SUBSCRIBE

 

서울에서 기차와 배를 타고 7시간이 걸리고 날씨도 도와야 갈 수 있는 곳, 울릉도인데요, 2026년엔 1시간 짜리 하늘 길로 연결됩니다. 울릉 공항을 만드는 공사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최대 수심 30m에 달하는 바다 위에 짓다보니, 어렵고 위험한 공사로 꼽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