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 05:56ㆍKorean Arts
故김기덕 감독, 오늘(11일) 4주기...성폭력 의혹→타국서 씁쓸한 사망 [Oh!쎈 이슈]
OSEN
입력 2024.12.11. 10:14업데이트 2024.12.11. 10:18
[OSEN=유수연 기자]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영화 감독 고(故) 김기덕이 오늘(11일) 4주기를 맞이했다.
지난 2020년 12월 11일(현지시각),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향년 60세.
김기덕 감독은 라트비아에서 집을 구입한 뒤, 영주권을 취득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국내서의 연이은 논란 이후 해외로 거처를 옮긴 것.
그러나 2020년 12월 초 측근들과의 연락이 두절됐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수도 리가의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합병증으로 인한 병세 악화로 숨졌다.
당시 김기덕 감독 측 관계자 역시 OSEN에 "가족분과 확인한 결과 외신의 소식이 맞다고 한다. 가족들도 오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라며 짧은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시신은 코로나 감염 여파와 유족의 뜻에 따라서 현지에서 화장됐다.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받는 등, 한국영화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8년, 사회를 뒤덮은 '미투' 물결에 휩싸였다. 당시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그와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을 고발한 것. 김기덕의 영화에 출연했던 여성 배우들은 당시 방송을 통해 고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김기덕 감독은 폭행⋅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PD수첩'의 보도가 허위라고 반박하며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빛나는 업적에도 '성폭력' 논란으로 스스로를 얼룩지게 만든 김 감독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발길을 돌렸고, 타국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yusuou@osen.co.kr
[사진] OSEN DB
정선아리랑 |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Film)
https://www.youtube.com/watch?v=G-uF7MuzqHc
2004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003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기술상
줄거리
사계절에 담긴 인생의 사계 천진한 동자승이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이르는 파란 많은 인생사가 신비로운 호수 위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 위에 그려진다.
봄... 업 : 장난에 빠진 아이, 살생의 업을 시작하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여름...욕망 : 사랑에 눈뜬 소년, 집착을 알게되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고...
가을... 분노 : 살의를 품은 남자, 고통에 빠지다. 절을 떠난 후 십여년 만에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산사로 도피해 들어온 남자. 단풍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그를 모질게 매질하는 노승. 남자는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고... 남자를 떠나보낸 고요한 산사에서 노승은 다비식을 치른다.
겨울... 비움(公) : 무의미를 느끼는 중년, 내면의 평화를 구하다.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떠나고...
그리고 봄...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되다. 노인이 된 남자는 어느새 자라난 동자승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고 있다. 동자승은 그 봄의 아이처럼 개구리와 뱀의 입속에 돌맹이를 집어넣는 장난을 치며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민요. 정선아리랑. 김영임..gang-wondo. Korea.
https://www.youtube.com/watch?v=SuCvocqe8yg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강렬하다.
섬에서의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들,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를 보여준 나쁜 남자의 서사…… 이 외에도 그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 강간, 자해, 살인 같은 끔찍한 형상들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마치 김기덕 영화의 심벌처럼 되어 버렸고 그로인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극단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는 김기덕 영화의 심벌과도 같은 이미지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호수 한 가운데 떠있는 고즈넉한 암자, 그 안에 사는 노승 그리고 동자승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요하다. 그 것은 이게 과연 김기덕 감독의 영화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의외였다. 그러나 그간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워낙 강렬했기에 산수화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언제쯤 그 끔찍한 이미지들이 나타날까하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보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끝까지 그러한 이미지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적 색체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일면 불교적 영화처럼 보인다. 불교의 윤회를 상징하는 듯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제목이 그렇고 동자승에게 향하는 노승의 가르침이 그렇다. 그러나 영화를 가만히 보다보면 얼핏 윤회라고 볼 수 있는 영화의 제목과 구성은 오히려 까뮈의 실존철학에 가깝게 보인다. 까뮈는 자신의 철학적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에서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바위 덩어리를 굴려 올려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영화 ‘봄여름……’은 불교의 윤회관 보다는 그러한 실존 철학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이다.
첫 번째 시퀀스 봄에서 동자승은 물고기, 개구리, 뱀의 등에 돌을 매달고 고통스러워하는 생물들의 모습에 즐거워한다. 그 장면을 바라 본 노승은 동자승의 허리춤에 커다란 돌을 매달아 깨닳음을 주려한다. 그리고 죽어있는 생물들을 보며 울고 있는 동자승에게 그 것이 네가 짊어질 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첫 번째 시퀀스 봄은 불교적 색체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시퀀스 여름에서는 이미 봄에서 내제된 업이 시작된다. 이미 성장한 동자승 앞에 나타나는 한 여자. 동자승은 그 여자에게 강렬한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 사랑은 강렬한 육체적 욕망을 동반하고 숨겨진 죄의식을 동반하고 다가온다. 결국 동자승은 그녀를 따라 파계의 길로 들어선다.
세 번째 시퀀스 가을에서는 배신한 그 여자를 살해한 동자승-이미 성인이 되어 버린-이 죄업을 잔뜩 짊어지고 암자에 다시 나타난다. 여기에서 그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고 그 분노는 식을 줄 모른다. 노승은 그에게 스스로 죄를 씻을 것을 권하고 그는 노승의 권고를 받아들여 다시 암자를 떠난다.
네 번째 시퀀스 겨울. 이장의 시작에서는 한 중년의 남자가 암자의 일주문을 열고 들어선다. 얼어붙은 호수……, 남자는 그 얼어붙은 호수를 걸어 암자에 도착한다. 그 남자는 암자에서 예전의 미물들을 가학하던 죄의식을 더듬고 수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얼굴을 가린 한 여자가 나타나 아이를 맡기고 죽어 버린다.
마지막 시퀀스 그리고 봄. 겨울에서의 아기는 봄에서의 동자승이 그랬듯이 미물들에게 고통을 가하며 즐거워한다. 다시 반복되는 사계처럼……
사실 이 영화는 지극히 단순한 플롯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그 단순한 얘기가 단순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왜 였을까? 그 것은 아마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곳곳에 내제되어 있는 층위언어들 때문일 것이다.
우선 등장인물을 살펴 볼 때 동자승-노승-동자승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의 순환처럼 한 인물에 다름 아니다. 죄 없는 미물을 괴롭히면서 시작된 업의 시작은 깨닳음을 통해 속죄하고 또 다시 반복되는 계절처럼 어린 동자승을 키운다. 그런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이렇게만 본다면 이 영화는 불교적 윤회관에 충실한 불교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전체에 베이스처럼 깔린 죄의식의 근원과 다시 반복되는 악업은 이 영화를 김기덕표 영화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의 밑바탕에 깔린 것은 인간의 악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내면에 흐르고 있는 악마성, 그로인해 살아가는 인간들……. 그 것이 김기덕 감독 영화의 근간이고 힘인 것이다. 사실 이 전의 영화들에서 김기덕 감독은 그 악마성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로 보여주었으나 이 영화에서는 동양적 색체로 보여주었던 것뿐이다. 결국 이 지점에 오면 이 영화가 불교 영화라는 관념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운명에 순응하는, 죄업을 잔뜩 짊어진 인간의 모습만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또 하나의 문제는 이제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것은 그간의 영화들에서 심벌처럼 등장했던 이미지들의 변화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이미지면에서만 보자면 확실한 변모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내면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것은 단지 이야기 하는 방식의 또 다른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영화 ‘봄여름……’에 이르기까지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김기덕 감독은 방식이 달랐을 뿐 언제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영화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이 영화도 불교적 세계관에 기대고 있으나 결국에 그것도 김기덕 감독의 다른 영화가 가지고 있었던 죄책감이라는 정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사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강렬하고 수많은 층위언어들로 인해 미학적으로도 인상 깊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미학 속에는 어딘가 매끄럽지 못한 감각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도 나타나듯이 ‘겨울’에서 무술 수행을 하는 장면이라든지 정선 아리랑이 흐르는 장면 등은 너무나 작위적일 뿐 영상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추구하고 천착하는 주제의식과 세계관의 일관됨, 그러나 그 것을 언제나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는 새로움은 충분히 감동적이라고 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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