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과 클라라의 봉순이 언니

2025. 2. 23. 08:34Life & Happiness

오경숙 is in Fajã Da Ovelha, Madeira, Portugal.

February 8  at 1:46 A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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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과 클라라의 봉순이 언니

 

지난번 포스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봉순이 언니의 근황을 물었습니다

특히 이운순 페친님께서 공지영 작가의 봉순이를 언급하셔서

예전에 올린 봉순이 언니 이야기를 다시 올리겠습니다.

클라라의 봉순이 언니는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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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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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을 찾아서 5

Stream of unconsciousness 5

 

친정부모를 뵙고 돌아오는 서울역에서

엄마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한겨울에 여름 홑곁 누더기를 입고 서울역에서 동냥을 하던 어린 소녀였습니다.

군데군데 헤어진 옷 사이로 퉁퉁 부은 다리가 보였고

한푼을 구걸하는 손은 동상으로 군데군데 갈라져 핏자국이 보였습니다.

그대로 가면 추위와 굶주림에 죽을 것 같아

지짐이 부침을 사서 안겨주지만

봉순이 언니는 음식대신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 제발 이 아이를 데리고 가 주세요.

여기 있다가는 이번 겨울을 못 넘기고 죽을거에요 “

서울역 바닥에 앉아 지짐이 부침을 파는 아줌마가 간곡하게 부탁을 합니다.

“부모나 형제가 없나요 ?”

엄마의 질문에 지짐이 아줌마가 대답을 합니다.

“아버지는 한강다리 건너다 비행기 폭격 맞아죽고,

엄마는 여기서 지짐이를 팔다 치마에 불이 옮겨붙어 타 죽었어요.

이 아이 언니들은 여기저기 식모로 데려갔고

오빠는 군대로 갔어요.

얼마 전 군대에 간 오빠가 찾아와서 건빵을 건네주며

이 아이를 끌어안고 엉엉 울다가 갔어요”

슬픈 시절이었습니다.

육이오 전쟁은 끝났지만 거리엔 고아들과 걸인들이 고픈 배를 채우려 떠돌아 다니고 있었답니다.

엄마가 결심을 합니다.

“제가 데리고 가겠어요.

혹시 형제들이 이 아이를 찾으면

옥천군 옥천읍 솔미마을로 데리고 간다고 전해주세요.”

엄마는 며느리의 어떤 결정도 무조건 지지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있습니다.

할머니는 봉순이 언니를 무척 가여워하며 친손녀처럼 대해 줬습니다.

반쯤 열린 대문옆에 물들인 낡은 군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습니다.

작고 깡마른 얼굴, 돌출된 앞니 부분과 이마가 낯익습니다.

아버지가 묻습니다.

“혹시 자네가 봉순이 오빠인가?”

아버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엄마와 할머니가 서둘러 부엌으로 향합니다.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칼을 들고 기르던 닭을 잡으러 닭장으로 향합니다.

몇년사이에 오빠의 얼굴을 잊어버렸는지 봉순이 언니는 할머니 치마자락만 붙잡고 있습니다.

“밥상을 차려주니까

조그만 체격의 봉순이 오빠가 먹고 또 먹고,

얼마나 많이 먹는지 배가 터져 죽를까 걱정했단다”

엄마가 회상을 합니다.

이틀밤을 보내고 떠나는 봉순이 오빠에게 아버지가 노잣돈이 든 봉투를 건넵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입던 옷에서 몇개 골라낸 후 시장에서 새로 산 옷가지와 양말을 함께 가방에 넣어 줍니다.

할머니가 떡과 삶은 계란등등을 싼 보자기를 봉순언니 오빠에게 건네줍니다.

배고플 때나 지칠 때면

봉순언니의 오빠는 여동생을 보러온다는 핑계로 찾아옵니다.

“아이, 그 자식은 올 때 마다 내 아끼는 잠바, 시계를 훔쳐갔어

처음에는 내 옷을 집어가서 싫었지만

나중에는 은근히 기다려지더라.

유행 지난 내 옷들 훔쳐가면 형수님이( 울 엄마)

새 옷을 사줬으니까.

삼촌이 웃으며 말합니다.

클라라는 참 따뜻한 가족들을 가졌습니다.

봉순이 언니가 결혼을 합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웨딩마치에 맞춰 걸어갑니다.

피로연 자리에서 언니의 큰 오빠가 저희 부모님께 엎드려 큰 절을 합니다.

“막내동생을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언니의 다른 형제들이 모두 나와 엎드려 큰 절을 합니다.

절을 하는 그들의 눈에도

절을 받는 부모님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글썽합니다.

봉순이 언니를 친손녀처럼 받아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 장소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하늘에서 언니의 결혼식을 지켜보며 기뻐하시고 계심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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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외딴 섬 Urzulei, Sardinia 에서

고향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벽화 속의 얼굴들이 옷만 다를 뿐 고향의 어르신들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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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숙

January 30 at 4:36 P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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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Chasing Homer’s Odyssey

 

옥천군 옥천읍 대천리 솔미마을

아버지는 아침 일찍 통근열차를 타고 직장으로 가셨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밭으로 가신

어느 한가한 오후,

삽작문을 열고 말집 아줌마가 들어옵니다.

솔미마을 뒷동산에 마굿간처럼 보이는 허름한 집들이 몇 채 힘겹게 서있습니다.

그곳에는 뜨내기라고 불리우는 외부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농사철이 되면 나타나고 추수가 끝나면 떠납니다.

그들의 아이들은 다 떨어진 옷에 ,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이나 맨발로 동네를 돌아 다니지만 아무도 그 아이들과 놀지않습니다.

할머니는 그 작고 마른 아이들에게 삶은 고구마 반개씩을 나눠주거나

갓 튀긴 튀밥을 한바가지 퍼서 줍니다.

엄마는 작아서 못입는 동생들의 옷이나 신발들을 모아 말집 아줌마에게 줍니다.

말집 아줌마가 들고온 바구니에게 푸른색의 참외가 몇 개가 들어있습니다.

참외의 꼭지가 툭 뛰어나오고, 껍질은 곰보아저씨 얼굴처럼 우둘두툴한 이 못생긴 참외를

우리는 개구리배꼽 참외라 불렀습니다.

수줍게 그 참외들을 엄마에게 건네는 아줌마에게 클라라가 말합니다.

“ 개구리배꼽 참외는 맛이 없어 ”

말집아줌마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엄마는 클라라에게 눈을 크게 흘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

그 분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부르는 아버지는 클라라의 언행을 모두 알고 계십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에게 또 훈계를 받았습니다.

“ 참외가 맛이 없더라도 가져오신 분의 성의를 봐서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야지.

너도 이제 다 컸는데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면 안된다.“

어제는 언니와 싸우는 클라라에게 “조그만게 언니에게 대들면 안된다 “라며 꾸지람을 하셨는데 오늘은 다 큰 아이인데 라며 혼내십니다.

아버지가 하느님의 아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법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루 만에 클라라를 작은 아이에서 다 큰 사람으로 키워내셨습니다.

혼낸 것 보다도

클라라가 다 큰 아이인지, 작은 아이인지 모르는 부모님에게 삐져서

배꼽 큰 개구리참외, 개구리, 심지어는 한라봉 귤까지 싫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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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공항에 내려 예약해둔 차를 받습니다.

갑자기 운전에 대한 불안감이 듭니다.

이태리는 일방통행이 많고, 길도 좁고, 운전자들도 성질이 급해 운전이 힘듭니다.

고심끝에 Full coverage insurance 를 추가합니다.

보험이 렌트금액보다 두 배나 더 큽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개구리참외의 배꼽도 이정도는 아닙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Basilica 주를 떠나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태리 최남단, 멀리 시실리아의 에트나 산이 보이는 해변 도시 Tropea 에 여장을 풉니다.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 발 아래에는 아름다운 해변들이 펼쳐집니다.

하루에 한 곳씩 그리이스 신화와 호머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유적지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그제는 율리시스를 노래로 유혹했던 싸이렌이 살던 바위가 있는 Capo Vaticano 를

어제는 절세미녀였다가 바다괴물이 된 Scylla가 살았다는

고대 그리이스인들이 세운 Scilla라는 마을을 2 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찾았습니다.

혹자들은 클라라의 목소리가 Siren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제 강의를 듣는 도중 잠에 빠져든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Korean Siren 을 미녀괴물 Scylla 가 질투했나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가 펑크났습니다.

영어, 스페인어, 개통령한테 배운 강아지언어 까지 다 동원하여 겨우겨우 차를 견인시키taxi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Sixt 렌트카 사무실에서 전화가 옵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보험을 들었기에

견인차 비용, 택시요금, 모두 무료고, 새로운 차를 주겠답니다.

아! 위대한 배꼽이여!

이제는 배꼽이 큰 개구리참외도, 한라봉도, 개구리 까지도 좋아할 것 같은 유쾌한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