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기피 6차례, 망명 요청... 3년 반 걸린 '간첩 활동' 충북동지회 실형 확정

2025. 3. 15. 09:40The Citing Articles

[핫2]간첩 혐의 ‘충북동지회’ 실형 확정 / 채널A / 김진의 돌직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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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4, 2025 #오늘의핫2 #간첩 #채널A뉴스

[핫2]간첩 혐의 ‘충북동지회’ 실형 확정

 

'간첩 활동' 충북동지회 유죄 확정… 최대 징역 5년

동아 北서 2만 달러 받고 기밀수집-보고 기소 후 법관 기피 신청 등 재판 지연

조선 법관 기피도 모자라 유엔에 망명 지원 요청까지

 

 

 

법관기피 6차례, 망명 요청... 3년 반 걸린 친북조직 확정판결

유종헌 기자2025. 3. 13. 21:10

 

온갖 전술로 재판 지연
‘충북동지회’ 3명 실형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지난 2021년 8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청주지법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뉴스1

 

북한 지령을 받아 국내에 지하 조직을 만들고 활동한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3명이 13일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2021년 9월 기소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모(5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위원장 윤모(54)씨, 고문 박모(61)씨에게도 각각 2심과 같이 징역 5년을 확정했다.

 

1심은 손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이들이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2만달러 공작금을 수수하고, 북한 지령에 따라 국내 정세를 보고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발언 내용 등을 북한에 전달했다는 국보법상 간첩 혐의는 국가 안보를 해칠 만한 기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됐다.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북한에 포섭돼 활동한 국내 조직들이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처음이다. 피고인들이 사용한 각종 ‘재판 지연 전술’은 다른 국보법 위반 사건에도 반복됐다. ‘민주노총 간첩단(수원)’은 2심이 진행 중이고, ‘자주통일 민중전위(창원)’ ‘ㅎㄱㅎ(제주)’는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픽=이진영

 

◇법관 기피 신청 5번하는 바람에 1심만 2년 5개월 걸려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모(51)씨 등 3명은 2017년부터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를 결성한 뒤 2만달러의 공작금을 수수한 혐의로 2021년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하고,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을 주고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2심 ‘범죄단체 조직’ 무죄로 대폭 감형

 

1심 재판부는 작년 2월 “북한이 이들에게 수시로 지령을 내렸고, 이들은 북한을 본사라고 부르며 규율 위반자에 대해 북한에 징계를 요청하는 등 지휘 또는 명령과 복종·통솔 체계가 갖춰져 있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1심은 이들이 수차례 북한과 접선하고 공작금을 받은 혐의, 각종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이들의 충북동지회 결성이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에 해당한다며 관련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국보법 사건에서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1심은 다만 이들이 수집한 정보가 국가 안보를 해칠 만한 정도의 기밀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국보법상 간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고, 충북동지회를 이적 단체로 볼 수도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작년 10월 손씨에게 징역 2년, 나머지 2명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형량이 크게 줄었다. 2심은 “충북동지회가 실질적으로 범죄단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보법상 간첩 혐의는 2심도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만 6차례

 

기소 이후 1심 선고까지 2년 5개월이나 걸린 이 사건은 국보법 위반 사범들이 ‘재판 지연 전술’을 사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손씨 등 4명은 1심에서만 법관 기피 신청을 다섯 차례 냈다. 피고인 4명 중 3명은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뀔 때마다 세 차례 법관 기피 신청을 내고, 기각되자 항고와 재항고를 반복했다. 나머지 1명은 뒤늦게 따로 기피 신청을 내는 ‘쪼개기’ 전술도 썼다. 법관 기피 신청을 내면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이들의 1심 재판은 총 11개월간 멈췄다. 재판이 늘어지는 동안 구속 기소됐던 피고인 3명은 보석 등으로 모두 풀려났다.

 

손씨 등은 이외에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구속 집행정지 신청, 변호인 사임 등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1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는 국제연합(UN)에 ‘제3국 망명 지원’ 등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씨 등은 항소심에서도 법관 기피 신청을 한 차례 냈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 탓에 항소심 재판도 3개월 중단됐다. 이들과 함께 1심 재판을 받던 연락책 박모(54)씨는 2023년 10월 별도로 낸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늦어지면서 재판이 분리됐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 이후 기소된 ‘민주노총 간첩단’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 사건의 피고인들도 비슷한 재판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 법관 기피 신청,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을 반복하는 것이다. 기소 당시 구속 상태였던 피고인 전원이 1심 재판 도중 구속 기한 만료 등을 이유로 한때 석방됐었다.

 

법조계에선 법원도 이 사건들의 재판 지연에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의 경우 검찰이 2023년 3월 조직원들을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기소한 이후 2년간 유무죄를 가리는 정식 재판은 단 두 차례만 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4월 피고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이송했다. 당시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며 피고인 거주지 인근 법원으로 사건을 보냈는데, 이후 쟁점·증거를 준비하는 준비기일만 네 차례 열렸을 뿐이다. 재판부 기피 신청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서 1심 재판은 멈춰 있다. ‘ㅎㄱㅎ’ 사건도 2023년 4월 기소됐지만 1년 11개월째 1심 재판이 공전 중이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재판 지연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피고인들의 신청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거나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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