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의 가수 배호를 배출시킨 작곡가 배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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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세출의 가수 배호를 배출시킨 작곡가 배상태

신영숙 기자 입력 2012.01.17 09:43수정 2012.01.18 09:47

 

 

성주가 낳은 또 한 사람의 가요예술인

 

↑↑ 민경탁
가요 연구가

ⓒ 성주신문

 

 

배호 씨와 연척 관계가 되지요?
- 배호 부친과 8촌 간이니 9촌이 되지요.
배호 씨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배호의 목소리는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목소리입니다.
배호 씨가 있음으로 배 선생님이 있으신 것이 아닌가요?
- 그 말은 잘못 된 말인데요. 제가 있음으로 배호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작곡가 배상태의 어느 인터뷰 중 한 부분이다.(한국가요만평, 안병현) 한국 현대 가요사에 불세출의 가수 배호를 배출시킨 작곡가 배상태(裵相台 1939~ )는 경북 성주군 선남면 명포리에서 태어났다. 가수 배호의 부친(배국민)과 8촌 간으로 배호(裵湖, 본명 배만금)보다는 세 살 위이다.

원래 배상태는 대구 KBS 전속가수 제1기생이었다. 서라벌전문대에서 작곡 공부를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 김포 해병대 고적대에서 연주 활동을 하였다. 그가 휴가를 나와 서울 용산 삼각지 부근, 빗속의 통술집에서 혼자 술을 먹다가 악상(樂想)이 잡혀 짓게 된 노래가 바로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배상태·이인선 작사, 배상태 작곡)이다.

가요사에 전하는 이 노래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이 노래는 애초 가수 남일해에게 주려했다. 하지만 남일해가 장기 지방공연으로 거절, 금호동에게 의뢰했으나 스케줄 관계로 거절, 남진에게 주려했으나 음색과 음폭이 안 맞아 취입을 거절당했다.
고심을 하던 배상태는 1965년 8월 벌써 '굿바이' '두메산골' '황금의 눈' 등의 노래를 내놓은 배호의 음성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그 길로 가요 '돌아가는 삼각지' '비겁한 맹세' 두 곡을 들고 청량리로 가서 단칸방에 어머니(김금순), 여동생(배명신)과 어렵게 살고 있는 배호를 만났다.

배호는 이 때 이미 신병으로 병색이 완연해 보였다. 노래 취입을 권유, 어머니는 반대했으나 배호는 곡을 보곤 열성을 다하여 취입해 보겠다고 했다. 다음날 오후, 불과 40분의 연습 끝에 의자에 앉아 취입을 한 노래가 바로 가수 배호 생애의 최대 히트곡인 '돌아가는 삼각지'이다.

이렇게 탄생한 가요 '돌아가는 삼각지'의 음반은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1964), 최희준의 '하숙생'(1966)에 이어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세 번 째로 높은 발매고를 올리는 음반이 되었다. 배호는 이 노래로써 일약 당대 정상의 인기가수로 부상하였다.

이로써 배호의 병세도 호전되었다. 이렇게 콤비를 이룬 배상태와 배호는 '안개 낀 장충단 공원'(최치수 작사, 배상태 작곡) '그 이름'(인성 작사, 배상태 작곡) '황토 십리길'(최치수 작사, 배상태 작곡) '능금빛 순정'(조 방 작사, 배상태 작곡) 등등 발표하는 곡들마다 크게 히트시켰다.

가수 배호는 '돌아가는 삼각지'로 KBS 가요톱 텐 방송에 연 22주의 톱을 장식, 1968년 MBC 10대 가수상, 1970년 서라벌 가요대상 등 29개 부문에 수상, MBC TV 특집 여론조사에서 가수 기여도 1위, 가요 60년사 여론 조사 '좋아하는 가수' 1위 등등의 실적을 쌓으며 불세출의 가수라는 평을 받았다.

이렇게 가요계에 떠오른 작곡가 배상태는 '비 내리는 경부선'(인성 작사, 배상태 작곡) '울고 싶어'(황규영 작사, 배상태 작곡) '영시의 이별'(이철수 작사, 배상태 작곡) '마지막 잎새'(정귀문 작사, 배상태 작곡) 등등의 히트곡을 양산 하며 배호와 콤비를 이룬 불과 6년 동안 모두 170곡의 가요를 그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의 노래 대부분을 배호가 불렀다.

 

↑↑ 작곡가 배상태(좌)와 가수 배호

ⓒ 성주신문

 

가수 배호의 가정 배경은 이렇다. 배호의 부친(배국민)은 일제 때 수의학을 전공하고 만주에서 생활하며 독립 운동을 하였던 인물로 전한다. 배호는 1942년 4월 중국 산동성 지난(濟南)시에서 태어나 8·15 해방 후 1946년 4월부터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살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악단장을 지낸 음악가 김광수(가요 '엄마야 누나야')가 셋째 외삼촌, 작곡가 김광빈이 그의 넷째 외삼촌이다. 배호는 외가 쪽에 이런 음악적인 배경과 재능을 지녔다.

배호는 일찍부터 김광빈 악단에서 드럼을 치며 악단활동을 하였기에 어느 가수보다 리듬 감각이 탁월하다. 풍부한 감정, 애절한 호소력, 넓은 음폭은 천부적이다. 당겼다 놓았다 하는 애드립으로 호흡이 가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며, 독특한 창법 구사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불과 8년 간의 짧은 가수 생활 동안 260여 곡의 가요를 남긴 가수 배호. 그는 '굿바이'로 데뷔하여 '마지막 잎새'를 마지막 곡으로 남기고 서른이 채 안 된 나이에 '한 박자 빠른 삶'을 살다가 '반 박자 느린 슬픔'을 남기고 1971년 11월 '영시의 이별' 같이 이 세상을 이별하였다.

작곡가 김광빈이 가수 배호의 스승이라면 작곡가 배상태는 그의 대부이라 할만하다. 불세출의 가수 배호, 지금도 전국에 수만 명이 배호 팬클럽을 조성하여 그를 추모하고 있다. 서울의 삼각지('돌아가는 삼각지') 경기도 양주('두메 산골') 경주시 현곡면('마지막 잎새') 강릉시 주문진읍('파도') 등 네 곳에 세워진 그의 노래비에서 지금도 배호는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자세로, 구슬프고 절절한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작곡가 배상태는 1968년 제2회 서라벌 가요제에서 특별상을, MBC 창사 20주년 가요 베스트 20에서 '돌아가는 삼각지'로 작곡상을, 2002년엔 창작가요상을 수상하였다.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다. 우리 가요사에서 배호 하면 배상태, 배상태 하면 가수 배호를 반드시 떠올리게 된다. 가요인 배상태를 성주는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안병현, 앞의 책)

가장 친하거나 좋아하는 가수는 누군가요?
- 그야 배호 아니겠습니까.

 

신영숙 기자 sj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