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3대 기본’ 허무는 헌재 탄핵심판[포럼]

2025. 2. 22. 03:13Others...

허영 교수는 세계 헌장사에  대통령의 과잉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해서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가 한 번도 없다고 했고

중앙대학교 이인호 교수는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위헌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재판 ‘3대 기본’ 허무는 헌재 탄핵심판[포럼]

2025. 2. 12. 11:36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헌법재판관이 일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또, 그 성향이 은연중에 재판에 묻어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판관(判官)으로서 세 가지 재판의 기본을 갖지 못한다면, 그는 자격이 없다.

 

첫째, 증거에 기반한 사실 인정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둘째, 재판의 당사자에게 공격과 방어의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해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법리(法理)에 기초한 설득력 있는 논증(論證)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지켜진다면, 재판관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판결에는 정당성이 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보여주는 재판 진행은 결과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재판의 기본을 잃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준다. 두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헌재는 무엇에 쫓기는지 재판 일정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피청구인(대통령)이 적절한 방어를 할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예컨대, 증인으로부터 사실을 캐기 위해 묻고 답하는 신문(訊問) 시간을 30분과 추가 15분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방어권 보장의 핵심은 피청구인이 진실을 찾아내기 위한 충분한 질문 기회를 주는 것이지, 기계적으로 똑같은 시간을 주는 게 아니다. 특히, 핵심 증인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법정 증언과 달라도 검찰에서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재판부가 공언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검찰 진술을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이 재판의 기본이다.

 

둘째, 헌재는 핵심 증인의 법정 증언이 검찰 진술과 달라도 검찰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법정 증언은 위증죄 위험을 안고 하는 발언이다. 이에 비해, 검찰 진술은 초기 내란죄 선동과 공포 속에서 한 발언이다. 어느 것이 더 증거로서 자격이 있는가? 그런데 헌재는 “헌법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증언의 신빙성은 재판관이 결정할 사항이다” “이전의 탄핵심판에서도 그랬다”는 논거로, 상반된 검찰 진술을 근거로 사실인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하겠다’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증거법칙은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이 다르고, 탄핵심판에서 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準用)한다’(제40조)고 규정한다. 다른 심판절차(헌법소원 등)에서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지만, 탄핵심판에서는 예외 없이 ‘형사소송 법령을 준용’하도록 명하고 있다. 따라서 헌재는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 법령의 기본적인 증거법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2020년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규정(제312조)을 준용해서 검찰에서의 진술에 대해 피청구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증거능력 여부는 법률이 정하는 기준에 따르는 것이지, 재판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 증거의 신빙성은 그다음 단계에서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지난 36년간 쌓아 올린 권위와 신뢰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과오(過誤)를 범하지 않기를 간청한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Copyright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