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검사 "사실 아닌 대변 루머가 사유...누가 수사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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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탄핵 검사 "사실 아닌 대변 루머가 사유...누가 수사하겠나"


이세영 기자
양은경 기자
입력 2024.07.03. 16:39업데이트 2024.07.03. 19:11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박상용, 엄희준, 강백신, 김영철 검사 등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사법연수원 38기)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3일 “평검사로서 주어진 보직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한다면, 앞으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검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나 민주당 관련 수사를 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뒤, 그 대상에 오른 현직 검사가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지난 2일 박상용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박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에서 탄핵 소추의 첫번째 사유로 ‘대변 사건’을 적시했다. 소추안에는 박 검사가 ‘울산지검 검사로서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2019년 1월 8일 저녁 울산지검 청사 내 간부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울산지검 청사 민원인 대기실 바닥에 설사 형태의 대변을 싸고, 남성 화장실 세면대 및 벽면에도 대변을 바르는 등의 행위를 통해 공용물을 손상했다”고 적혔다.

 

탄핵 소추안에 나온 2019년 1월 8월 오후 울산지검에선 검사와 수사관, 실무관 등 울산지검 모든 직원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 검사는 당시 공식 행사에만 참석한 뒤 청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곧바로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건 검찰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9년 1월 8일 오후 6시 울산지검에선 ‘술익는 작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 30여 명이 모여 청사 1층 간부 식당에서 회식을 했다”며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 소문이 계속 퍼지자 (소문의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는 소셜미디어에 ‘저 아니에요. 제발 좀’이라는 글을 올렸다”며 사실상 박 검사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지목했다.

박 검사가 제공한 사진에 따르면 회식 장소는 울산지검 내 구내식당으로, 송인택 당시 울산지검장이 주재했으며 참석자 상당수가 일반 직원이었다.

'대변 사건'이 불거진 2019년 1월 울산지검 회식 사진. 구내식당에서 열렸고 송인택 당시 검사장(맨 왼쪽)주재 하에 검찰청 직원, 검사들이 참석했다. /박상용 검사 제공

 

이후 서영교 의원이 지난 17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 검사의 실명을 밝혔고,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과 최강욱 전 의원은 유튜브 ‘강성범 TV에’ 출연해 박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고 사진을 게시했다. 이들은 ‘X쳐바르고 다니게 안 생겼잖아’(최강욱) 등의 비하발언을 했고, 이미 예정된 박 검사의 영국 유학을 두고도 ‘네가 X칠한 거 알면 너 큰일 나니까 외국에 나가 있어 이래서 나랏돈으로 외국에 보낸 거야’등의 발언을 했다.

 

박 검사는 “명백한 명예훼손성 발언”이라며 “이들이 발언을 수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성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6월~2019년 7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2019년 7월~2020년 1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검찰 내 인사, 감찰, 수사 등을 총괄하는 요직을 지냈다. 박 검사는 2017년 2월~2019년 2월 울산지검 평검사로 근무한 뒤 수원지검 평검사로 일하다가, 2020년 2월~2021년 1월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본지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 “이 의원은 (당시 반부패부장, 검찰국장으로서) 모든 자료를 보고받았기 때문에 제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저는 지난 5년 동안 (사실 확인에 대한) 문의 전화 한번 받아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당시 울산지검 공식 행사에 참석했던 검사나 직원 한 명에게만 물어봤어도 제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검사는 작년 12월부터 연수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상황이라 이날 본지의 연락에 뒤늦게 답변을 했다.

 

박 검사는 “온라인 상에서 ‘X검사’로 조롱받고 있는데 급기야 탄핵 사유에까지 추가됐다. (온라인 상에는) 심지어 저희 가족들 사진까지 올라가 있다”며 “도대체 어느 문명국에서 유언비어에 기초해 탄핵을 당하나”라고 했다.

 

또 박 검사는 자신이 수사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 “저는 소위 말하는 ‘특수통’ 검사도 아니고 특수 사건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사 초기 당시) 저는 감찰 담당 검사였는데, (수원지검 내부의) 수사 기밀 유출 사건이 터져서 직원들을 감찰하다가 이화영 전 부지사 관련 혐의가 발견돼 이 수사를 맡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 중독이다. 이 모든 행태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이자, 이재명 전 대표의 대권 야욕을 위한 책동”이라며 민주당에 탄핵 소추안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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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조

'이재명 수사 지휘' 송경호 고검장 "나를 탄핵하라" 野 비판

이민준 기자

입력 2024.07.03. 15:35업데이트 2024.07.03. 17:26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이 3일 검찰 내부망에 “나를 탄핵하라”며 민주당의 수사 검사 탄핵 발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송경호 부산고검장./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송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이 같은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송 고검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이 위헌‧위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민주당은)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 대신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무 검사에 대한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송 고검장은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을 통해서 민주당의 검사탄핵이 위헌탄핵‧위법탄핵‧사법방해탄핵‧보복탄핵‧방탄탄핵에 명백히 해당됨을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겠다”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인 법치주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 공정한 수사와 재판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송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대장동 개발 비리’, ‘백현동 개발 비리’, ‘검사사칭 위증교사’ 등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고, 공소유지 등 재판 절차를 지휘해왔다. 작년 9월 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영장 청구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대표의 혐의는 한 건 한 건이 구속사안”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서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영일 서울고검 검사도 이날 송 고검장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나를 탄핵하라”고 했다. 김 검사는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이 위헌‧위법임은 명백하다”며 “특정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면, 수사팀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던 저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검사는 수원지검 2차장을 지낼 때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작년 9월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 뒤 ‘백현동 개발 비리’, ‘검사사칭 위증교사’ 사건과 묶어 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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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07.03 16:33
업데이트 2024.07.03 22:31
김정민 기자 
김한솔 PD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3일 현직 검사장 절반 이상을 포함한 검사 수백여 명이 집단 반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일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전날 오후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요지를 정리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총장은 전날 회견에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을 ▶위헌탄핵 ▶위법탄핵 ▶사법방해 탄핵 ▶보복탄핵 ▶방탄탄핵으로 규정하며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이 사법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의 검사장급 45명 중 절반 이상이 댓글·게시글 작성에 동참했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재판을 이끄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삼권분립이 명확히 규정된 대한민국 헌법 하에서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잡혀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한 공직자를 탄핵하는 나라를 그 누구도 법치국가라 부를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상 탄핵이 망치가 되어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썼다.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재판을 담당하는 김유철 수원지검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힌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며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도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이라며 “그때까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오후 3시쯤 “나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송 고검장은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022년 5월부터 2년간 중앙지검장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하여야 할 것”이라고 썼다.

신재민 기자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부패한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이라며 “입법 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적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몇 년 새 광기 어린 일부 인간들의 무도함이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과연 그들은 훗날 역사 앞에 이 죄를 어떻게 씻으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비정상적이고 무책임한 시도(박세현 서울동부지검장)” “이리 가벼이 탄핵을 한다고 하니 검사로서 참담할 뿐(박영빈 청주지검장)” “억지 탄핵으로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 없다(박기동 대구지검장)” “탄핵 사유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도 없다(박재억 인천지검장)” “30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강 검사가 연행되면 이 검사가, 이 검사가 연행되면 김 검사가 하면 된다’는 장면이 떠오른다(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등의 비판도 달렸다.

이 전 대표 수사 당시 수사부서나 요직에 있었던 검사들은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언젠가 이런 정치적 보복과 압력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수사팀에서 사소한 절차상 시비도 없도록 수사했다(최재순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국정농단을 수사할 때와 같은 검사들이다. 사건이 바뀌자 입장을 바꾸어 수사팀을 비난하다가 심지어 탄핵까지 하는 것을 누가 용납할 수 있겠나(이희동 서울남부지검 1차장)” “탄탄한 수사와 공소유지에 달리 수가 없었던 모양(윤병준 서부지청장)” 등이다. 2년간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던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은 “특정인을 지키고자 국민 모두의 자산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철저히 파괴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여러 검사들도 “검사는 사건을 고를 수 없다. 어떤 검사에게 이런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민주 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일” “무차별, 무분별, 무책임한 탄핵 정치” “탄핵 사유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면서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직업적 양심까지 저버렸다” 등의 댓글로 동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검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자”는 독려와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에게 마음과 힘을 보태겠다”는 응원·지지도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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